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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 86회 - 저신뢰 사회의 경고 제2편 - 흰 코끼리가 남긴 교훈

by 그냥그렇듯이 2018.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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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코끼리'는 겉보기엔 좋아 보이지만 돈만 많이 드는 실속 없는 '애물단지\를 뜻한다.
이런 흰 코끼리가 오늘날 우리 주변에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장은 물론 도로, 공항과도 같은 사회기반시설까지
곳곳에 숨어있는 애물단지들은 우리가 낸 세금을 낭비하며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을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흰 코끼리는 왜 생겨날까? 또 그 해법은 없을까?

<명명견만리 86회 - 저신뢰 사회의 경고 제2편 - 흰 코끼리가 남긴 교훈>

<출연자>

이선영 : KBS 아나운서
정희준 : 동아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문화연대 체육문화위원회 前 위원장, 부산참여연대 문화사회위원회 前 위원장, 부산 관광공사 사장
임승빈 : 명지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줄거리>

정희준) 여러분 혹시 '흰 코끼리'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흰 코끼리는 고대 태국 왕들이 신성하게 받들었던 동물인데요. 재밌는건 이 귀중한 흰 코끼리를 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선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흰 코끼리가 죽을 경우 왕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받아들여 엄벌에 처했다고 한다. 신하입장에서는 당연히 이 흰 코끼리를 정성스레 키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흰 코끼리의 어마어마한 식성때문에 이 고치덩어리를 맡은 신하는 파산할 수 밖에 없었다.

신하에겐 선물이 아니라 그야말로 징벌이였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흰 코끼리는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가 된 시설물을 의미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흰 코끼리가 우리 사회 곳곳에 많다. 우리의 세금을 낭비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흰 코끼리를 막는 해법은 무엇일까?

정희준) 지난 2월에 평창올림픽이 있었다. 여러분들은 평창 올림픽을 생각하면 무슨 생각이 드시는가? 저는 스켈레톤 금메달을 딴 윤성빈 선수가 생각난다.  사실 평창 올림픽은 개최 준비가 더뎌서 문제가 많았지만 매끄러운 경기운영 및 남북 공동입장으로 성공적이라는 평이 있었다. 그렇다면, 올림픽 경기 이후 평창의 모습은 어떨까?

성화대와 일부 올림픽 기념을 위해 쓰일 장소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철거되었다. 유지했을 때 드는 운영비 부담때문에 철거된 것이다.

올림픽 개폐회식장 건설 해체 비용은 약 1,300억원으로 추정되며, 단 4번만 사용하고 철거한 평창의 개폐회식장은 외신에서도 핫한 뉴스였다.

그런가하면 막대한 운영 비용때문에 활용방안도 찾지 못하고 방치되어있는 경기장도 있다. 관객도 얼음도 없이 텅빈 상태로 방치되고있는 강릉스케이트장의 건설비용은 약 1,264억원이였다.

경기 이후 이곳을 냉동창고, 냉동수산물창고, 경빙장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마땅한 용도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지보수비용이 어마어마한데 과연 냉동창고로서 해당 유지보수비를 보전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기 때문인 것 같다.

현재, 공사비용으로 1,000억원이 넘는 지출이있었지만 아직 제대로된 활용처를 찾지못해 방치되어있는 올림픽 시설물은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강릉 하키센터, 강릉스피드스케이팅장 총 3곳에 달한다. 막대한 운용비용과 적자 누적치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더 큰 애물단지는 따로있다. 공사비만 2,000억 넘게 들인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건설 당시부터 환경오염 논란이 있었다. 결국 올림픽이 끝나면 강원도에서 시설물 철거와 함께 산림복원을 약속하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초 복원을 약속한 강원도가 건설비에 맡먹는 2,000억원의 복원비에 부담을 느끼면서 복원은 시작도 하지 못한채 경기장의 시설물들은 그대로 방치되어있다.

지난 국감에서 강원도는 2021년 동계 아시안게임 유치를 위해 가리왕산 스키장을 복원하기보다는 그대로 존치해서 사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한 연구결과에서 가리왕산 경기장을 존치해서 잘 운영하더라도 접근성이 낮고 어려운 코스 난도 때문에 연간 36억원 이상의 적자가 에상된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존치도 복원도 결정하지 못하면서 슬로프등 시설들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산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5월 갑자기 내린 비로 가리왕산에서 흙탕물이 쏟아내렸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근 주민들이 껴안았다.

올림픽이 끝난지 9개월 가까이 지났다. 그 화려했던 경기장들은 이제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사실 가리왕산의 활용방안 문제는 올림픽이 열리기 몇 년 전부터 예상되었던 일이었다. 그래서 당시 나왔던 이야기가 분산 개최 였다. 다른 지역의 기존 시설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단 8일간의 행사를 위해 2,000억원을 투입해서 가리왕산을 파헤쳐 경기장을 짓고 또다시 2,000억원을 드려 복원하느니 이미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른 전라도의 무주리조트를 다시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하지만 강원도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또한 1,300억원을 들였지만 단 4번만 쓰고 허물어버린 평창 개폐회식장도 마찬가지였다. 기존에있던 강릉종합운동장을 리모델링해서 개폐막식장으로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것은 평창올림픽이지 강릉올림픽이 아니라는 주장에 부딪혀 결국 무산되었다.

만약 경기장을 새로 짓는대신에 기존 경기장을 재활용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최근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현재까지 5,500만달러 우리돈으로 약 619억원의 흑자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흑자라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이게 정말 흑자일까? 여기에 빠진 항목들이 있다. 바로 선수촌, 경기장, 방송센터를 지은 약 2조원이 추가되고 거기에 고속철도와 도로를 지은 비용 약 9조원까지 더해야 한다.

여러분 결국 평창올림픽을 위해 들어간 돈은 무려 14조원에 가까운 엄청난 액수가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평창올림픽 경기장들을 잘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해마다 운영적자가 58억원에 달한다고 한다.여기에 정선 알파인경기장까지 존치해서 그대로 운영한다면 매년 약 95억원의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가리왕산을 복원한다고 하면 복원비용이 추가적으로 들게 된다.

이선영) 말씀을 듣다보니깐 경기장이 정말 애물단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 본다면 올림픽이나 대형 행사가 갖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것이 아닌가? 궁금하다.

정희준) 물론이다. 국가 브랜드 상승 등의 효과도 있다. 하지만 제 이야기는 올림픽이나 대형 행사 개최 반대가 아니다. 이왕할거면 개최는 하되 실속있게 하자. 세금을 낭비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우리는 이런 사례를 참 많이 봐왔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올림픽 개최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겨울스포츠의 천국 스위스 시옹.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해 스키장으로 유명한 시옹시는 2026년 동계올림픽 개최에 성공했다. 3번이나 올림픽 개최에 도전하였으나 아깝게 실패했으나 무려 4번째 도전에 나섰던 것이다.

시옹시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올림픽 유치에 나섰던 이유는 무엇일까?

시옹시가 올림픽 유치를 위해 들여야되는 비용은 2조 3천억원으로 평창올림픽의 1/6에 불과했다. 그중 절반 이상은 스위스 연방정부와 IOC에서 부담하기로 하여 시옹시가 직접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1조원에 못 미친다.

IOC 역시 시옹시 단독이 아닌 주변도시들과 분산개최를 허용했고, 올림픽 경기장도 기존 시설을 재사용하게 함으로써 2곳의 경기장만 새로 지으면 됐다.

개최지로 유력했던 스위스 시옹 하지만 지난 6월 유치 후보지 주민 투표에서 주민 54%가 동계올림픽 유치 반대를 선택했고, 결국 시옹시는 올림픽 유치를 포기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시옹시 주민들은 올림픽 이후, 올림픽 시설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올림픽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올림픽이 도대체 왜 이렇게 외면당하게 될까? 그 원인을 알기위해 스위스 로쟌 대학교의 마틴 뮬러 교수를 만나보자.



이러한 올림픽 초과 비용 이외에 올림픽이라는 이벤트로 인한 경제효과는 있었을까?


생각보다 많은 나라들이 올림픽 후유증을 겪고있다. 실제로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국가 23개국을 조사해보니 개최국 대부분이 올림픽 개최 전까지는 성장세를 보이다가 대회가 끝나면 경기가 빠른 속도로 침체되는 골짜기 효과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뮬러교수가 제시한 것처럼 올림픽 자체의 예산초과도 문제지만 올림픽 이후에 흰코끼리를 유지하는 비용이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스포츠만의 문제일까?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할 임승빈 교수를 만나보자.

임승빈) 지난 2017년 영국 가디언지에서 재미있는 조사를 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세계 10대 흰 코끼리를 선정했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바로 '4대강 사업'이다. 재밌는건 31년동안 공사중인 북한의 류경호텔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 4년간 국비를 포함해 무려 1조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됐으나 결국 1,900억원의 누적 적자만 남긴 영암 F-1.

3,000억이 넘는 돈을 드려 개통했지만  1,0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해서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공항'이라는 불명예를 얻은 양양 국제공항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많은 돈을 들이고 애물단지가 된 사업들이 수 없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2조 7천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인천에서 김포까지 뱃길을 통해 동북아 물류허브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계획아래 경인 아라뱃길이 건설되었다. 지금 아라뱃길은 어떤 모습일까?

경인 아라뱃길의 종점인 김포항을 찾아가보았다. 화물 통관을 담당해야할 세관은 문을 닫고 먼지만 쌓여있다.

그럼 아라뱃길의 첫번째 관문인 인천항은 어떤 상태일까? 개통 7년이 지났찌만 인천항 여객터미널은 유람선 운행이 중단된 상태로 터미널내 가게들이 대부분 입주하지 않아 매우 한산한 상태였다.

차로 30분에 불과한 거리를 배를 이용했을 때에는 갑문을 통과하는 시간 30분을 제외하고도 4배 이상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실제 아라뱃길을 이용해 김포터미널에 하역한 화물량은 예상치의 1.2%에 불과하다. 컨테이너 화물도 운영 첫해에 단 3천톤 이후 전무한 상황으로 아라뱃길의 물류기능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수조원에 이르는 아라뱃길의 건설비용 이외에 더 큰 문제는 매년 들어가는 약 130억원의 유지비용이다.

인천의 대표적 관광지 월미도 이곳에도 오래된 애물단지가 있다. 853억원의 혈세가 들었지만 시범운행 중 사고가 나서 안전문제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달리지못한 월미 모노레일이 바로 이곳의 흰 코끼리다. 

이후 시장이 바뀔때마다 사업을 재추진 해보려했지만 결국 안전문제로 객차마저 철거해버렸다. 

하지만 인천교통공사는 2019년 5월 개통을 목표로 모노레일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300억원을 들여 철거하느니 차라리 180억원을 들여 재추진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주장이다.

시민들은 10년 가까이 방치된 모노레일의 안정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사업을 재개했을때 밑빠진 물독이 되어 더 큰 애물단지가 되는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현재 아라뱃길을 되살리기 위해 공론화 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갈길이 멀어보인다. 도대체 왜 이런 세금 낭비가 생기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보면 잘못된 수요 예측, 선심성 공약, 졸속 추진, 검증시스템 부재다. 

Q) '흰 코끼리'를 막을 수 있는 사전검증 절차는 없나?

A) 물론 있다. 이를 막기위해 정부와 지자체도 나름의 노력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예비 타당성 조사'이다. 예비 타당성 조사란 간단하게 말해 이 사업에 돈을 쓰는게 괜찮은지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를 뜻한다. 국가재정법 제38조에 따라 총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국가재정이 300억원이상 들어가는 신규사업은 국채연구기관인 KDI에서 조사하게 되어있다. 물론 여기에도 규칙이 존재한다. 바로 비용대비 편익분석값이 1.0이상 나와야 사업성이 나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1만원을 투자했을 때 1만원이상의 효과가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아라뱃길 역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았다. 아라뱃길 사업은 지난 2003년 감사원 조사결과 비용편익 분석값이 0.76으로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5년 뒤 2008년도에는 두번의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1.0을 넘겨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고무줄 늘어나는 것처럼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가 바뀐 것이다. 바로 이곳에 예비 타당성 조사의 허점이 있다.

국책사업이지만 주민들의 생각을 수렴하기보다는 전문가그룹이 결정하다보니 수요예측에 실패한 경우가 많다. 또한 당시정권에 입맛에 맞는 결과물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아예 예비 타당성 조사 자체를 면제받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4대강 사업이다. 2009년 기획재정부는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 재해예방사업을 추가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서 4대강 준설 및 보 건설 등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일괄 면제한다. 

이뿐만 아니라 민자사업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개통 4년만에 3,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파산한 의정부 경전철이다. 

흰 코끼리로 인해 사회가 파산한 가장 대표적인 예는 바로일본의 유바라시이다. 원래 부유한 탄광도시였던 일본 유바라시는 폐광이후 관광도시를 만들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진행하다 빚더미에 올랐고 급기야 2006년에 파산을 선언하게 된다.

파산으로 인해 유바라시는 초등학교 6개를 1개로 통폐합하고 도서관, 시민회관도 문을 닫는 초긴축 재정에 돌입해야 했다. 현재까지도 일본 유바라시는 매년 26억엔(약 260억원)의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 2008년 태백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문을 연 '오투리조트'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심각한 경영난으로 한 때 태백시의 1년 예산에 버금가는 3,000억원대의 빚에 시달리다가 결국 헐값에 매각되었다. 자칫 태백시가 파산에 이를 수 있었던 위험한 순간이였다.

그렇다면, 이 흰코끼를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프랑스의 예를 보자.

프랑스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을 추진할 때 반드시 시행자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공 토론 위원회를 개최해 치열한 논의 후 사업의 추진여부와 방향을 결정한다.

큰 돈이 들어가는 SOC 분야(도로,철도,발전소 등)은 물론이고 사업 규모가 작지만 국가,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여겨지는 사업에도 시민들의 신청을 통해 국가 공공토론위원회가 열린다. 시민들의 혈세가 엉뚱한곳에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프랑스 국가 공공토론위원회(CNDP)는 선출된 시민대표, 전문가 등 2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독립적 국가기관이다. 토론회와 현장조사들을 통해 국책사업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사전에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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