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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견만리 85회 - 저신뢰 사회의 경고 제1편 - 공동체의 위기, 공적 신뢰를 쌓아라

by 그냥그렇듯이 2018.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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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밑바닥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온 재심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위기에 이른 대한민국의 공적 신뢰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장을 마련했다.

<명견만리 85회 - 저신뢰 사회의 경고 제1편 - 공동체의 위기, 공적 신뢰를 쌓아라>

<출연자>

이선영 : KBS 아나운서
박준영 : 검찰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 단원, 前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前 검찰개혁위원회 위원, 대한변호사협회 공익 대상, 노근리 평화상 수상

<줄거리>

박준영) 존 로크라는 영국의 정치사상가가 있었다. 그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세운 인물로 잘 알려져있다. 그는 국가가 국민들의 계약에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사회계약을 믿고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신뢰라고 말했는데요. 로크의 주장대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법과 제도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즉, 신뢰가 없어지면 우리 사회가 없어진다고 말할 수 있겠다.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우리 사회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이든다. 본인이 13년동안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억울하다." , "믿을 수 없다."라는 말이다. 이는 국가제도가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국가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게 되었을까? 

지난 5월 청와대 국민참여게시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6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감했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공권력에 대한 불신은 널리 퍼져진 사실이다. 연간 경찰관 폭행 등 공무집행방해 사범은 1만명이 넘게 발생하고 있다. 2017년 공무집행방해 검거 인원은 무려 1만 3천명이다. 

시민들로 부터 폭행을 당하는 것은 비단 경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119 구급실, 병원 응급실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도움을 필요로 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것은 한 순간이다. 

경찰, 119, 병원 응급실은 우리가 가장 위급할 때 찾는 곳이다. 이런 기관들이 안심하고 시민들을 도울 수 없다면, 시민들의 안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 왜 이렇게 분노하는 것일까?

"힘있고 강한 사람에게는 이렇게 하지 않을것이다. 내가 힘이 없기 땜누에 나를 무시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2017년 한국 기관별 신뢰도를 보면 각 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매우 낮다.

이 조사결과만 본다면 우리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검찰, 법원, 경찰도 믿을 수 없는 사회... 무엇이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일까?

국회의사당 옆 작은 농성천막이 있다. 이곳에선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피해자들의 시위장소이다. 이들이 농성에 나선 이유는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줄 것을 국회에 요구하기 위해서이다.

형제 복지원이 폐쇄된지 30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의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않고 있다. 형제 복지원은 1975년부터 13년동안 부랑자 선도라는 명목하에 운영되었다. 당시 경찰은노숙자 뿐만 아니라 신분증이 없는 사람 밤늦게 귀가하던 학생까지 강제로 복지원으로 보냈다. 

사실상 감금상태에 있었던 원생들은 혹독한 강제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시설 확대로 인한 추가공사도 원생들이 수행해야했다.

약 4천명에 달하는 원생들이 힘들게 일해서 벌은 수익은 모두 복지원장이 착복했다. 

복지원에서 빈번히 이뤄진 학대와 폭력으로 무려 500명이 넘는 원생들이 사망했다. 하지만 아무도 저항하지 못했다. 수용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도 심각했다.

형제 복지원 피해자인 최승우씨는 14살 귀가길에 경찰에 잡혀 복지원으로 보내졌다.

복지원을 나온 후에도 최승우씨의 삶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복지원 출신이란 낙인은 남들처럼 살아갈 기회를 빼앗았다. 

만신창이가 되어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최승우씨... 그의 울분은 경찰로 향했다. 공무집행방해 전과만 수십건 그의 공권력은 불신의 대상이 되었다.

박준영) 제가 검찰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에서 일하면서 이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퇴직 경찰관의 증언 내용을 들었는데 그 내용인 즉슨, 당시 형제복지원에 사람을 보낼 경우에 인사에 유리한 점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회정화란 이유로 밤늦게 귀가하던 학생이나 이사한 집을 찾지못해서 길을 헤매고있던 어린 아이들을 형제복지원에 제대로 신원확인도 하지않고 보냈던 것이다. 시민을 보호해야할 공권력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급급했던 것이다.

당시 형제복지원 원장은 중앙 정치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아래 내용은 형제복지원 원장이 변호인 그리고 가족들과 접견한 내용을 기록한 문서다. 30년 전에는 이렇게 변호사와의 접견 내용이 기록되었다. 하지만 지금 변호사와의 접견은 철저하게 비밀이 유지된다. 그 누구도 입회할 수 없다.

당시 접견부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당시 검찰수사는 정치권의 압력으로 축소되었다. 또한 복지원 원장의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사람들을 강제로 가둔것이 분명한데 내무부 훈령에 근거해서 정당한 직무수행을 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법률이 아닌 훈령에 근거해서 내린 판결에 대해서 당시 하급심에서는 의문을 표했지만 대법원이 내린 최종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그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형제복지원 사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많은 사건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에 호소하기 보다는 농성이나 시위를 행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법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지만 그 법을 신뢰할 수 없으니 개인들이 나서고 있는 것이다. 왜그럴까? 이 사회가 권력을 가진 강자와 인맥을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믿고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매우 부족하다고 보여진다. 지난해 OECD 정부 신뢰도에 따르면 한국은 24%에 불과했다. 이는 OECD 평균인 42%에 턱없이 낮은 것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적 신뢰 약화는 우리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저출산 고령화 국가이다. 지난해부터 고령인구 비율이 유소년인구 비율을 추월했다. 앞으로는 일할 세대보다 은퇴할 세대가 늘어날 것이고 이에따른 복지 수요가 증가될 수 밖에 없다. 현재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8.8%로 OECD국가 중 최대 수치이다. 전체 노인인구 중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경제적 어려움 빈곤을 겪고있다는 소리다.

이렇게 많은 노인들에게 복지혜택이 필요한데, 혜택의 범위를 늘리기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돈을 버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지 복지에 힘을 쏟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증세에 사회적 합의와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국민의 돈을 투명하게 사용하고 그 혜택에 확실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란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영업자들에게 노후준비는 먼 이야기이다.  

이러한 불신은 비단 장년세대뿐만 아니라 청년세대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영태씨... 그가 납부하는 국민연금은 70,600원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납부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자신을 위해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국민들 사이에 매우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연금 개편을 앞두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토론회가 열렸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그간 연금 운영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 발표된 국민연금의 고갈시기는 2057년으로 5년전 추계보다 3년이나 앞당겨졌다. 개편이 시급하지만 국민들은 국민연금의 투명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국민연금 폐지에 대한 게시글이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 바탕은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구조가 독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 결정은 기금운용 위원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측 위원6명, 민간위원 14명으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운용에 대한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못해서 형식적 존재라는 비판이 있었다. 독립적으로 존재할 제도와 조직은 갖추었으나 외부영향에 쉽게 노출되었다.

비단,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사회적 자본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구성원들의 공유된 제도, 규범, 네트워크, 신뢰 등 일체의 사회적 자산을 포괄하여 지칭하는 것'이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에서 발표한 대한민국의 사회적 자본 성적은 처참하다. 사회 신뢰도가 10%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이 0.8% 동반상승한다는 여연구가 있다. 바꾸어말하면 저신뢰 사회는 성장 잠재력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의 저신뢰는 반드시 극복해야할 문제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있을까? 120년전 최초로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한 독일의 사례를 보자.

노인들을 위한 도시라고 불리는 독일의 바트키싱엔시. 휴양을 즐기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연금을 받는다. 국민의 노후를 위해 독일 정부가 지출하는 비용은 GDP의 10%이며, 현재도 계속 증가중이다.

독일 역시 고령화와 노동 인구 감소로 재정적신호가 켜진지 오래이다. 결국 독일은 2000년대 초반 더내고 덜받는 연금개혁을 강행했다. 현재 독일의 연금수령연령은 65세 2030년까지 67세로 올릴 계획이다.

정년은 길어지고 연금지급액도 낮아지는 개혁... 국민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지만 대부분의 독일국민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 바탕엔 연금공단에 대한 신뢰가 있다.

독일 국민연금공단은 국민들과의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정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 피보험자들에게 연금수령액과 수령신청이 가능한 시점을 정기적으로 알리고 있다. 또 전국에 서비스 센터를 선택해 국민들이 연금에 대한 정보와 조언을 얻도록 돕고있다.

독일 연금공단은 특정 기관으로부터 감독받지 않는다. 재원마련과 관리절차 모두 민주적인 방식으로 선출된 대표와 자문위원회가 결정한다.

Q) 한국도 민주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제도는 갖추고 있는데 신뢰가 낮은 까닭은?
A) 우리도 시스템은 가지고 있으나 그 운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어느곳에서 속하지 않는 기관이나 그 동안에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정권에 따라 인권 정책이 달라져 온 국가인권위원회를 보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아무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잘못된 오용이 일어나는 순간 신뢰도가 한순간에 무너진다.

공공기관의 투명하고 독립적인 운영을 위해 신뢰를 회복하기위한 첫걸음은 바로 정치에 있다고 본다.

독일의 대부분의 연방의원들은 연방회의에 참석할 때를 제외하고 지역구에서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독일연방의회의 의원 중 절반은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선출된다. 따라서 지역구민들과의 소통은 연방의원으로서 해야할 마땅할 일이자 신뢰를 쌓기위해서 반드시 해야할 일이다. 또한 연방의원들은 규정상 부수입을 연방의회에 알려야하는데 프로놀트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모든 수입과 지출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독일 연방의원의 혜택과 권한은 적은편이다. 교통비만 살펴봐도 공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국내철도비용과 연방의회에 참석을 위한 비행기표 지원이 전부이다. 건강보험, 연금공단과 같은 연방기관의 인사나 정책결정에 함부로 개입할 수도 없다.

독일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다. 정부와 의회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년간 시민들이 정치에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왔다. 해마다 의원들이 비용을 부담해 200명이 넘는 시민들을 연방의회로 초대하기도 한다. 시민들은 3일동안 의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의원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지 못하도록 의원들을 감시감독하는 시민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러한 시민들의 꾸준한 감시와 참여는 정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감시가 정치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영국의 시민단체 PCW는 내부관리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감시하고 내부고발자를 지원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공기업의 고용세습의혹, 국회의원의 고용 청탁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감시가 느슨한것도 있지만 언론도 비판과 감시를 소흘히한 책임이 있다. 최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언론신뢰도는 조사대상 37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퓰리처상은 미국의 유명한 언론인인 퓰리처를 기리며 만들어졌다. 퓰리처는 생전에 자신이 운영하는 신문사에 "Verify! Verify! Verify!"라는 문구를 붙여놨다고 한다. 정확한 보도만이 신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언론신뢰가 떨어진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아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의식을 생각해봐야한다.

Q) 청와대 국민 청원 제도의 효율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미국에서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해결하기 어려운 판결이나 입법 사항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Q)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었음에도 어떻게 재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는지?
A) 재심이 잘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는 재심을 위한 요건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재심을 이끌어낸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국민들의 관심이다. 여기서 오해하지 않아야될 게 있다. 사법부의 독립은 중요하다. 여론을 통해 사법부에 개입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맺음말>

공자의 제자인 자공은 어느날 공자에게 정치의 기본에 대해서 묻는다. 이에 공자는 답한다.

"정치의 기본은 먹을 것이 풍족해야 하고, 군사가 강해야 하고, 그것을 백성이 신뢰해야한다."

이어서 자공은 셋 중에 버려야한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버려야할지 물었다. 이에 공자는 답한다.

"버려야 한다면 먼저 군사를 버리고, 그 다음으로는 식량을 버려야한다. 마지막까지 백성의 신뢰를 지켜야한다."

공적 신뢰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우리들의 무관심이다. 그리고 이 신뢰회복의 열쇠는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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