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모두 아름답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기억의 조각을 끼워맞추는 것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일이다.
아침에 TV를 틀었는데 마침 영화 '클래식'의 이 부분이 나오고있어 기분이 오묘했다.
자전거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은 만남과 이별에 어울리는 신기한 노래다.
'만남'은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고 '이별'은 그 추억을 기억하게 만들기 때문이겠지
나도 아름다운 추억에 기댄채 살아가겠지
그래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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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래식'에서 준하가 주희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리쬐는
우체국 창문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유치환 님의 행복이라는 시야. 나도 이 시처럼 우체국 창문 앞에서 편지를 쓰고 싶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읍내까지 자전거를 타고 나왔어.
지금은 겨울의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비쳐오는 우체국 창문 앞에서 네 얼굴을 그리며 편지를 쓰고 있어. 그리고 난 내가 사랑하는 만큼 주희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눈부실 정도로 행복감에 사로잡혀 있지.
우체국 창문 앞에서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주희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이 순간처럼 완벽하고 아름다운 순간이 또 존재할까? 난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고 싶어서 가능한 편지를 천천히 쓰고 있어.
우체국 창밖엔 가을 바람에 나뭇가지가 살며시 흔들리고 있어. 아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사랑하고 있기 때문일거야. 눈을 감고 귀를 기울여보니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리고 있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걸 느낄 수 있어. 아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사랑하고 있기 때문일거야.
난 이 편지에 우체국 창문에 비치던 햇살과 창 밖에 스치던 따뜻한 바람을 동봉할 작정이야. 주희가 이 편지를 읽을 때 지금의 햇살과 바람을 느낄 수 있도록 말야.
지금 이 편지지에서 우체국 창문 앞의 햇살이 느껴진다면 창밖을 바라봐.
바람에 나뭇가지가 살며시 흔들리고 있으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거야.
귀를 기울여봐.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리면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거야.
눈을 감아봐.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면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거야.
1969년 1월 16일
오 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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