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최진석 교수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베이징대학교 대학원 도가철학 박사, 건명원 원장)
김대식 교수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교수, 독일 막스 플랑크 뇌과학연구소 뇌과학 박사, MIT Post Doc)
<우리 시대의 필요한 가치관과 통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시간>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대한민국, 침체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에는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
최진석 교수의 이야기:
<Q: 인문적 시선이란 무엇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인문적 통찰이 필요한 시대로 진입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인문학이 더욱더 많이 다뤄지게 되는 것이다.
인문적 시선의 요건은 창의력, 주도권, 전략적 움직임. 이 모든 요소들은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다.
<Q: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점은?>
선진국은 선진한다는 것이다. 선진은 앞서가는 능력을 뜻한다. 앞서나가는 능력을 가져야만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능력을 선도력이라고 한다. 선도력이란 앞서서 인도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기본적으로 먼저 시도할 때 비로소 생기는 능력이다. 우리가 주위에서 사용하는 수 많은 물건중에 우리가 만든것일지라도 우리가 먼저 선도적으로 시작, 창조한 물건은 많지 않다. 아마 '한글'이외의 것들은 우리가 외부로부터 가져온 것들이다. 우리 생활 속 대부분의 것이 외국에서 시작된 것을 수용한 것이다. 이는 물건 뿐만 아니라 법률 제도, 과학 등 다양한 것에 걸쳐있다. 이 모든 것으로 인해 우리가 영위하는 풍요는 '우리가 시작해서 얻은 풍요'가 아니다.
장르(Genre)는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해서 이루는 범위를 뜻한다. 우리가 압력밥솥을 잘 만들지만 이것이 우리가 시작한 제품이 아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자동차와 압력 밥솥을 잘 만들지만 '압력 밥솥', '자동차'라는 장르를 시작하지는 못했다.
자동차 디자인은 과거 직선위주의 디자인에서 곡선위주의 디자인으로 변화하였다. 이는 현대의 소비자들의 기호변화를 판단하여 움직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동차 디자인을 직선에서 곡선으로 바꾸는 것을 '대한민국이 하였는가? 외국이 하였는가?'의 문제이다. 이는 외국에서 먼저하였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 혹은 기호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바로 인문의 능력이다. 이렇듯 인간의 변화되는 동선을 포착하는 능력을 소피아(Sophia)라고 한다. 소피아(Sophia)는 지혜, 사물이나 사실에 대한 완전한 인식, 최고에 대한 지식을 이르는 그리스어이다.
즉, 지성을 사용해 인간의 기호 변화를 관념으로 포착하여 구체적 세계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는 경제력을 형성하며 선도력을 유발시킨다. 고로, 이 능력을 갖춘 국가는 선진국으로 거듭난다.
<선진국의 요건>
선도력 -> 장르 탄생 -> 인문적 시선으로 포착
한국는 선진문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는데 머물러있다. 이는 훈고(訓詁)라고 할 수 있다. 훈고(訓詁)란 자구(字句)의 해석, 경서의 고증이나 주석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해놓은 생각의 결과를 수용하는 것으로 이뤄온 것이다. 문제는 이런 성취를 이룬 다음에 더 높은 단계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다음 단계는 '선진국'레벨 밖에 없다. 한국이 '선진국'의 레벨에 진입하면 괜찮겠지만 이에 실패한다면 정체되고 후퇴되는 시기를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의 발전은 국가의 아젠다와 사회&경제적 조건이 일치할 때 이뤄진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 이후 '건국', '산업화', '민주화'의 아젠다들을 세우고 이뤄왔다.
<Q: 민주화 다음의 아젠다는?>
인문적 통찰이 발휘되는 사회로 가는 것, 곧 선진사회로 가는 것이다. '선진화'라는 아젠다는 추상적일 수 밖에 없다. 이 추상성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창조', '상상', '관념'이다. 이 추상적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새로운 아젠다를 설정하지 못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국'을 한 사람은 '건국'만 이야기하고, '산업화'를 한 사람은 '산업화'만 이야기하고, '민주화'를 한 사람은 '민주화'만 이야기한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갈 동력이 없다. 지식인은 지식으로, 기업인은 자본으로, 교육자는 교육으로 모두 자신이 가진 역량을 집중하여서 대한민국을 선진사회로 진입시키는데 최고의 노력을 해야한다.
최진식교수와 김대식 교수의 대담:
<Q: 건국, 산업화, 민주화를 거침없이 이뤄낸 대한민국이 왜 마지막 단계인 '선진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인가?>
<Q: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우연일까?>
최: 영국의 산업화는 그 당시 영국인이 가졌던 탐욕과 욕망이라는 연료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면직물로 옷을 짜입고, 더 많은 향신료로 풍미깊은 음식을 먹으려는 욕망이라고 볼 수도 있다. 때문에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싶다는 '욕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또한, 한국에는 너무 과거의 리더십이 많다는 것이 선진국 진입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최: 리더는 과거와 결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꿈과 비전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자기의 과거 경험에 갇혀있는 리더십은 퇴행적이다. 우리는 도전해야 한다.
이: 뇌과학적으로 보면 크게 좋았던 한 번의 성공 결과를 다른 모든 것의 인과관계라고 착각하는 착시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적용하면 과거의 문법 혹은 과거의 리더십으로 얻은 성공은 미래의 문제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는 겸손이다.
최: 맞다. '겸손'을 통해서 발휘되는 고차원적인 능력은 바로 '각성'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과거 세력이 선진화를 이루는데에는 큰 기여를 할 수 없다. 고로, 사람의 근본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 고로 새로운 욕망으로 선진국으로 가려는 새로운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사회에 수혈되야 한다. 한국의 이전 세력은 '자기 참여'에 대한 욕구가 거의 없다. 고로, 역사에 대한 책임성을 갖기 어렵다. 한국에는 '부자'는 있지만 '자본가'는 없고, '국민'은 있지만 '시민'은 없다. '자본가'와 '시민'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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